오늘 고객서비스 팀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업무 연락을 받았다.
쇼핑몰을 만들때 많은 상황을 가정하여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작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는지 새삼 실감했다.

업무 연락 내용은, 주문 상품 배달 처리 시 발생한 질문 사항 리스트로,
주문 상품에 생선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매장에서 주문고객과 전화하여
구체적인 옵션 내용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100%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생선을 몇토막으로 잘라서 포장해야 하는지와 소금을 뿌려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요리라고는 라면밖엔 모르는 나한테 구이용 생선과 국거리용 생선의 포장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사실은 생소할 수 밖에...
(울 마눌님 마트에서 생선 살때 이런거 비슷한거 요구하는거 한번도 본 적 없다!)

드물기는 하지만 파인애플 주문의 경우는 껍질을 까서 포장할지, 그대로 포장할지를
재 확인해 달라는 문의가 온다고 한다.

시스템 설계시 이런 사항이 혹 발생할지 몰라 어느정도 대비해 놓아서 큰 문제는 없지만,
역시 생각만 가지고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많은 것을 놓치게 되는 것 같다.
(근데, 진짜로 상상만 가지고 만들었었나? 각 분야 실무자들이 전부 TFT에 있었는데...?)

ㅋㅋ. 내가 식품 MD할때는 인터넷으로 생선 못 팔았었는데... 아주 옛날에는 냉장차가
없었드래요.

새벽 3시... 어김없이 또 철야.
사이트 오픈전야는 영낙없는 철야.

작년 4월에도 밤을 꼬박 지세웠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2년 연속 쇼핑몰 하나씩 launching.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에는 전보다 규모가 커서 붙어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
그만큼 내 손이 덜간다는거...

프로젝트 막바지에 떠오르는 후회는 왜 좀더 전체적인 프로세스 기획을 꼼꼼히
챙기지 않았던가이다.
뭐, 여태까지 완료한 프로젝트들 중에 후회없는 프로젝트는 없었으니까.

한가지 우스운건... MD로 사회생활 시작한 내가 개발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래도 이게 재밌다는 거...
그리고 보다 다행인 점은 내가 프로그래머가 아니란거...

시장에서 프로그래머에 대한 처우가 보다 높아져야 하는데...
별로 보수도 높지 않은데, 생활은 올빼미... 문제생기면...ㅉㅉ

홈페이지 구축시 개발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대형 개발사(컨설팅 조직 보유)를 선택해서 그 개발사에서 개발 항목별 외주사를 선정해 들어오는 방식과 직접 개발 항목별 개발사를 각기 선정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전자에는 삼성SDS, LGCNS, IBM, HP, Fujitsu 등의 업체가 있으며 후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업체들이 있다. 물론 후자의 방식을 택하더라도 초기 업체 선정시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하여 각 컨소시엄 중에서 택하는 방법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 프로젝트는 전자의 개발 방법을 택하며, 중-소 규모의 프로젝트는 후자의 방법을 택한다.

개발 방법과 무관하게 한가지 중요한 사항은 개발되는 사이트의 성격에 따라 업체가 선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 항목을 크게 구분하면 기획,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에이젼시별로 각 개발 항목에 대해 특색을 가지고 있다. 기획이 강한 업체가 있고, 디자인이 강한 업체가 있고, 프로그램이 강한 업체가 있다. 결국 홈페이지의 성격에 따라 업체가 선정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회사의 홍보용 사이트와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상거래 사이트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홍보용 사이트는 브랜딩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멋진 디자인을 뽑아내는 회사가 적합하며, 상거래 사이트는 전체 사이트 구조, 주문/결제 프로세스, 고객 서비스 내용 등을 훌륭히 기획할 수 있는 회사가 적합하다. 그리고 상거래 사이트는 기획과 함께, 안정적이고 편리한 기능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하다.

현실은? 업체 선정시 중요한 평가 항목 중 하나가 시안 평가이다. 중요한 평가 항목이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좀 미화시킨 것이고 실상은 8~90%가 시안에 의해 당락이 결정된다. 기획 내용은 실무자나 그 분야에 식견이 있는 관리자가 아니고서는 제안서만 갖고 평가하기 어려우며, 프로그래밍 실력은 같은 프로그래머가 아닌 이상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가는 이런 전문성이 없는 일반 관리자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결국 시안의 중요성이 크다.

기획, 디자인 및 프로그래밍 능력 3개에 모두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회사가 있으면 만사 해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없었다. 홈페이지 구축사 선정시 디자인만 보고 개발사를 결정하면 개발 중간에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훌륭한 기획자를 투입받더라도개발을 담당하는 회사 분위기가 디자인 중심적인 회사라면, 그 기획자가 운신할 폭이 작기 때문에...

만들고자 하는 사이트의 오픈시 모습을 머리속에 그리며, 세 분야 중 어느 분야가 어느정도의 비중으로 중요한지를 먼져 생각해 본 후 업체 선정에 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